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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상록문화제 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심훈문학대상
심훈 작가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1977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9월말에서 10월초에 3~4일 동안 당진시 일원에서 상록문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SIMHOON SANGNOK CULTURE FESTIVAL


평화와 행복을 위한 글쓰기

 

바오 닌 수상소감문

 

2016년 심훈문학상 대상 수상으로 저는 아주 커다란 영예를 얻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베트남 동료작가들도 마치 자신들이 받은 상인 양 다 같이 기뻐해주었습니다. 한국현대문학의 선봉으로, 또한 자유와 독립을 위한 항일투쟁에서 ‘애국계몽운동’으로 민초들을 일깨웠던 작가의 이름으로 문학상을 받게 되어 자부심을 느낍니다.

특히, 올해의 수상자를 베트남 작가로 선정한 것은 베트남 문학과 문화, 그리고 베트남 사람을 존중하는 한국 작가와 독자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 더욱 기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 상은 평화의 시대에서 뿐만이 아니라 고통스러웠던 지난날들까지 관통하며 베트남과 한국이 아주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그리고 이 상을 통해 서로간의 친밀도를 더욱 높이는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베트남은 요즘 민족독립일 축제 기간입니다. 71년 전, 1945년 9월 2일에 우리나라는 거의 1세기 동안 감내했던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지배(1859-1945)로부터 독립과 자유를 쟁취했습니다. 독립, 자유, 평화는 백년간의 고통스런 날들 속에서 베트남 민족의 한결같은 꿈이며 갈망이었습니다. 우리는 침략군을 몰아내기위한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훈의 <그날이 오면>을 읽으면서, 우리 부모님이 갖고 있던 민족 독립의 커다란 갈망을 역시 읽을 수 있어 신비로웠습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한국 시이지만 유사한 고통을 겪은 베트남 사람의 시선으로 볼 때, 프랑스 식민시절 당시민초들의 독립열망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날’은 식민으로부터의 독립, 분단으로부터의 통일, 전쟁으로부터의 평화이기에, 식민지 시절의 ‘그날’일뿐만 아니라, 1945년 이후 국토분단의 고통과 미국이 일으킨 전쟁의 참혹한 화염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도 갈망으로 기다린 ‘그날’이기도 합니다.

 

베트남은 수천년 동안 전쟁의 참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세기의 전쟁을 마침내 끝내면, 다음 세기의 전쟁이 기어코 발발하고, 이쪽에서 침략의 물결을 기어이 막으면, 다른 쪽에서 침략의 물결이 기필코 밀려왔습니다. 우리가 겪은 고통의 전형이 20세기였습니다. 1945년부터 1975년까지 30년 전쟁 동안 모든 것이 부서지고 무너지고 갈가리 찢겨졌습니다. 원자탄만 없었을 뿐, 베트남은 실로 세계 3차 대전을 겪으며 폐허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전쟁이 끝난 후 전선에서 집으로 돌아갔을 때, 승전병으로서의 자부심과 영광도 물론 있었지만, 전쟁의 슬픔과 고통 또한 너무도 컸기에 저는 그것을 글로 되새기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전쟁 속에서 겪은 조국의 고통과 제 자신의 고통이 저를 작가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은 가슴 속에서 끝나지 않았어

 

오십 년 뒤

이 도시에서 폐허를 보았어

이 과장된 도시에서

나는 아직도 폐허의 벽돌 조각 그대로 였어

 

그 시절 램프 불빛은 꺼졌으나

아직도 나에게는 폐허 이후가 오지 않았어

- <폐허>일부, 고은

 

고은 시인의 시 <폐허>를 읽으며 고은 시인이 저의 문학적 감성을 대신 노래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작품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저는 단편이든 소설이든 심지어 신문기사에서까지 전쟁을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왜? 무섭고 끔직하고 게다가 이미 흘러간 옛 이야기들을 다시 끄집어내서 무엇하는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제게 물었습니다. 그들은 제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과거로 흘러간 지난 전쟁을 왜 잊지 못하는가.

하지만 저는 저와 같은 작가들이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 많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전쟁을 한없이 증오하면서도, 전쟁이라는 주제를 절대로 스스로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전쟁을 겪은 이라면 진실로 평화로운 삶을 사랑합니다. 당연히 저는 언제나 참전 작가의 눈으로 저 평화롭게 펼쳐진 초록 들판아래에 있는 무수한 유골들과, 극악무도하고 갖은 해악으로 가득찬 전쟁의 씨앗들을 봅니다. 실로 그렇습니다. 제가 쫓고 있는 전쟁이라는 주제는 정말로 낡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내가 직접 목격한 전쟁의 풍경들이 이미 40년 뒤로 흘러가 있지만,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오늘날의 현실로 매일매일 이 세계 어딘가 수많은 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전쟁의 잔혹성은 지난 전쟁 그 어느 것에도 뒤지지 않고, 여전히 끔찍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것이 너무도 슬픈 현실입니다.

때문에 전쟁을 주제로 한 글쓰기는 작가가 회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인간애와 정의가 잔혹한 폭력을 이긴다. 이 말은 우리 민족 대대로 내려온 잠언입니다. 이러한 철학이 있어, 베트남 민족이 존재했고, 전쟁이 야기한 참혹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조상들의 철학을 믿기에, 전쟁을 주제로 한 글쓰기는 평화에 대한 사랑, 인도적인 마음, 사람과 사람간의, 민족과 민족 간의 이해와 사랑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이 양산한 고통에 대해 계속해서 글을 쓸 것입니다. 문학으로 항구적인 평화와 행복의 시대를 꿈꾸고 믿으면서 인류사회의 평안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마치 심훈이 언제나 꿈꿔왔던 것처럼.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다시 한번 이 영광을 주신 심훈상록문화제 집행위원회와 아시아문화네트워크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2016년 심훈문학상은 베트남문학과 한국문학, 베트남작가와 한국작가간의 친밀한 교류와 상호 이해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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