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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상록문화제 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심훈문학대상
심훈 작가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1977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9월말에서 10월초에 3~4일 동안 당진시 일원에서 상록문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SIMHOON SANGNOK CULTURE FESTIVAL


심훈문학대상 고은 <심사평>

 

우리는 제2회 심훈문학대상에 한국의 시인 고은을 수상작가로 선정하게 되었다.

심훈 문학상은 ‘문학상’보다 ‘심훈’에 방점을 두는 상이다. 심훈 선생은 일제 강점기라는 특수 상황에서 시대의 아픔을 누구보다 깊이 느끼고, 작가의 사명의식을 불태워 동시대 민중에게 희망을 심어준 살아 있는 문학정신의 한 이정표였다. 이에 우리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반추하면서 아시아 여러 작가들을 검토하였다.

추천된 아시아의 문인들 중에서 고은 시인은 훌륭한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그 가치 또한 국내외에 걸쳐 가장 널리 회자된 대표적 작가였다. 그의 작품 『만인보』는 현대 한국문학의 정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된다. 오늘날 그의 작품이 여러 외국어로 번역되어 해외에서 각광을 받는 상황은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하여, 또 아시아 문학의 융성을 위하여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고은의 시 세계는 섬세하면서도 웅장하고,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심오하다. 그의 언어에는 시대의 아픔과 번민이 깃들어 있고, 삶에 대한 성찰과 고뇌가 스미어 있으며, 현실에 대한 예리하고 통렬한 비판이 담겨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타오르는 글쓰기의 치열성과 세속적인 것들을 초월하는 불교적 선(禪)사상 등을 위시한 문학적 주제들은 노년에도 여전히 젊음처럼 뜨겁다. 그러나 독자들은 고은의 시에서 아직도 한국 근대사와 긴밀하게 맞물리는 시인의 지난날의 아픈 상처와 치유 과정을 발견하게 되고, 시인과 더불어 우주적 명상과 사유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가게 된다. 식민지, 전쟁, 분단 체험과 맞서 도피주의에 빠져들지 않고, 현실과 역사 속에 자신을 정립해간 궤적은 유사한 역사 체험을 해온 아시아 여러 나라의 작가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의 활동이 미래사회에 던지는 의미 또한 매우 크다고 보았다. 고은은 시란, 잠들어 있는 우리를 깨워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바라보게 해주는 각성제이자,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우주의 언어라고 말한다. 또한 문학이 상업주의와 엔터테인먼트에 밀려나는 시대에 시를 더욱 소중하고 값진 정신적 유산으로 보고, 시인의 삶 자체를 시라 여기면서 그 스스로 곧 시가 되려 하는 모습은 21세기의 문학이 나갈 곳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온기로 북해의 얼음을 녹이고, 주위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난류와 같은 시인, 또 세계를 주유하며 인간 교류를 몸소 실천하는 시인, 그리고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시대의 어둠을 밝히고 문학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시인 – 그것이 시인 고은의 참 모습이자, 이 비정하고 혼탁한 시대에 우리가 그를 필요로 하는 절실한 이유일 것이다.

 

심사위원 이어령, 김성곤, 이승훈, 스티븐 캐페너, 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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