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심훈상록문화제 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심훈문학상
심훈 작가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1977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9월말에서 10월초에 3~4일 동안 당진시 일원에서 상록문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SIMHOON SANGNOK CULTURE FESTIVAL


심훈문학상(계간<ASIA>신인상) 당선소감

이이후

 

처음엔 왼쪽 다리에 무리지어 생기더니 옆구리와 등을 타고 어깨로 올라 오른쪽 다리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포진이 한 달 넘게 가라앉지 않고 온몸에 번지고 있었다. 어떤 것은 계속 부풀어 오르고 어떤 것은 분화구처럼 흉터를 남기고 있는 중이었다.

 

비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무더웠다. 얼굴과 등에 땀과 비가 섞여 흘러내렸다. 후덥지근한 빗속을 오래된 갈색 체크무늬 우산을 쓰고 걷고 있었다. 생면부지의 낯선 사내가 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제법 한 덩치 하는 걸로 보이는 사내는 다짜고짜 우산을 빌려달라고 했다. 당황스러웠다. 이건 뭐지? 이 사람이 미쳤나? 나는 어쩌라고. 빌려주면 돌려받지도 못할 게 뻔하다. 돌려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이 문제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나도 우산이 필요했다.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중년사내의 흰 셔츠와 다림질 된 바지가 젖어있었다. 사내의 이마에 땀인지 빗물인지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사내는 뭔가 다급해 보였다. 얼떨결에 우산을 내주고 나는 비를 맞았다. 비를 맞으며 걸었다. 비와 땀이 구별되지 않았다. 저녁 무렵 우산 대신 당선소식을 받았다. 걷고 싶어서 한참을 더 걸었는데 어떤 느낌이 오고 있는지 몰랐다.

 

뻔한 얘기지만, 우리는 각자 다른 감각의 세계에 살고 있다.

누군가는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쓴다. 또 누군가는 철근을 나르고 새벽에 빌딩의 계단과 복도 청소를 한다. 어둡고 긴 공포를 느끼며, 몸이 꽉 끼어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청소가 되는 환기구를 몇 시간째 기어간다. 같은 시간 누군가는 부패한 음식물 쓰레기를 새벽 내내 수거한다. 많은 이들이 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하고 아침에 퇴근을 한다.

각자 세계의 감각으로 존재와 존재는 연결된다.

 

다른 존재에게 다가가는 게 두렵다. 다른 존재들과 만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고 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들과 연대해 유쾌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 부끄러움을 아는 글을 쓰고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이 되고 싶다. 그게 잘 안 된다.

세상과 정면으로 대면하고 모든 억압과 싸우기. 그리고 살아남기. 보잘것없는 것들이 우울을 품고서도 유쾌하게 춤추며 휘파람 불기. 내 글이 여기서 조금은 출렁이며 손 내밀기를 바란다.

 

의미 없는 글을 덧보태어 세계를 망칠까 두렵다. 어설픈 글을 그래도 뽑아주신 이영광, 안현미, 김근 세 분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들과 사물, 사물을 둘러싼 공기, 사건들이 나를 있게 했다. 일일이 고마움을 표할 수 없어 죄송하다. 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도 나의 어떤 말과 행위들이 상처가 되었을 존재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린다.

 

 

-------------------------------------------------------------------------------------------------------------------------------------------------------

 

심사평

 

이이후의 시의 장점은 매력적인 묘사에 있다. 특히 “귀가 한번씩 접혔다가 펴지는 창을 열면/달의 목덜에서 사과식초 냄새가 나요”로 시작하는 표제작 「엄마의 스카프」는 그의 묘사가 오랫동안 내면과 세계의 결핍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천착해온 결과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시편들이 모두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심사위원들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단지, 몇몇 시에서 보이는 대상에 대한 안이한 접근과 다소 풀어지는 문장은 그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데 주저하게 했다

 

심사위원: 이영광(시인, 고려대 교수), 김근(시인), 안현미(시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18 제22회 심훈문학상 수상자 소설부문 권미호 관리자 2018.10.02 289
공지 2018년 제22회 심훈문학상 시부문 당선 - 유은고 관리자 2018.10.02 287
» 2017년 제21회 심훈문학상 시부문 당선 - 이이후 상록 2017.08.24 600
46 2017년 제21회 심훈문학상 소설부문 당선 - 김 강 [1] 상록 2017.08.24 452
45 2017년 제21회 심훈문학상 소설부문 당선 - 최성문 상록 2017.08.24 887
44 2016년 제20회 심훈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 당선소감문 file 관리자 2016.12.13 508
43 2016년 제20회 심훈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 당선소감문 file 관리자 2016.12.13 314
42 2016년 제20회 심훈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당선소감문 file 관리자 2016.12.13 440
41 2016년 제20회 심훈문학상 심사평(시 부문) 관리자 2016.08.19 455
40 2016년 제20회 심훈문학상 심사평(소설부문) 관리자 2016.08.19 516
39 2016년 제20회 심훈문학상(신인상) 수상자 발표 [3] 관리자 2016.08.14 687
38 2015년 제19회 심훈문학상 소설부문부문 당선작 & 당선소감문 [1] lsh4869_djsangnok 2016.08.05 307
37 2015년 제19회 심훈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 당선소감문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253
36 201년 제19회 심훈문학상 심사평(시부문) lsh4869_djsangnok 2016.08.05 156
35 2015년 제19회 심훈문학상 심사평(소설부문) lsh4869_djsangnok 2016.08.05 191
34 2015년 제19회 심훈문학상 수상자발표 lsh4869_djsangnok 2016.08.05 129
33 제18회 소설부문 당선작 & 당선소감문 (2014년 제38회)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204
32 제18회 시부문 당선작 & 당선소감문 (2014년 제38회)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91
31 제18회 심훈문학상 당선자 및 심사평 (소설부문)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254
30 제18회 심훈문학상 당선자 및 심사평 (시부문)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161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