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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문학상
심훈 작가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1977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9월말에서 10월초에 3~4일 동안 당진시 일원에서 상록문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SIMHOON SANGNOK CULTURE FESTIVAL


소설부문 당선자 : 권이항(권현숙)

 

1. 당선소감

 

 

아주 어린 시절 처음 낯선 고장에 가게 되었을 때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곳에는 저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살고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다른 말을 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이상한 방식으로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지금 저의 심정이 어릴 때의 그 막연한 공포와 같은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글을 쓴다는 것. 가당찮은 일이라 여기기도 했습니다. 제가 뭔가를 말하고,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가 얼마나 건방진 생각인지 알게 되었을 때 고개를 들어보니, 저는 책상 앞에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주위를 둘러보며, 제가 글을 쓰는 것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타인은 모두 저 자신이었고, 저는 저 자신을 향해 뭔가를 간절히 말하고 있었고, 저를 달래거나 혼내거나 쓰다듬어주거나 은근히 바라보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저의 글 속에 어리석기 짝이 없는 그들과, 영리하지 못한 그녀들을 계속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들이 어딘가에서 그들만의 작은 목소리로, “나 여기 있노라”고 외칠 수 있도록 버려둘 것입니다. 저는 그저 그 목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이겠죠. 그들이 바로 저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당선은, 자랑스러움이 아니라 무거움과 두려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혼자 해야 하는 일이며, 어쨌든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한 작가의 말처럼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저 매일 조금씩 써나갈 것입니다. 저만 아는 장소에 만기가 다 되어가는 적금통장을 숨겨두고 하나하나 도장을 찍어나가듯 그렇게 쓸 것입니다.

이렇게 큰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과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2. 작품 개요(가난한 문장에 매달린 부호의 형태에 관하여)

 

 

누구에게나 삶이 있다. 화자인 27살 여자에게는 가족의 삶이 문장으로 보인다. 문장은 부호가 뒤따름으로써 공감, 곧 입체적인 이해로 변한다. 여자는 보잘 것 없는 가족의 삶이 너무나 빈약해서 이해하고 싶지 않다. 부호를 붙여주고 싶지 않다. 빚 대신 가족을 넘겨준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평생 먹는 것에 집착하는 할머니. 사업에 망한 사촌에게 용돈을 줌으로써 단 한 번이라도 벽을 넘어서보고자 하지만 결국 넘어설 수 없는 벽이라는 걸 깨닫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어머니.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평생 애를 쓰지만 싸워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끝나버린 이모. 여자는 이들의 삶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싶다. 애써 외면해버리고 싶다. 그러나 하나의 점과 같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삶에 말없음표나 삼발점 같은 문장부호를 붙여줄 수밖에 없어진다.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붙여주는 것이다. 벽에 문장부호를 하나하나 붙여주며 어쩔 수없이 가족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여자.

그녀의 남자친구는 빈 네모와 같은 사람이다. 그는 여자에게 석 달 동안 연락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만 그녀는 적극적으로 움직여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자신을 버려둔 이유가 남자 자신도, 그녀도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려 하지만 그의 네모 속에는 여자가 없다. 자신의 모습은 없고 어머니만 간직한 남자다. 타인을 이해하려 애쓰는 일이 자신에게는 잔인한 폭력이 되어 돌아온다. 여자는 어디서 자신을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채로 허탈한 상태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고, 자신이 벽에 붙여둔 온갖 문장부호들을 뜯어내버린다. 그리고 여섯 개의 네모만 남은 자신의 방 안으로 잠겨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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