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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문학상
심훈 작가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1977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9월말에서 10월초에 3~4일 동안 당진시 일원에서 상록문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SIMHOON SANGNOK CULTURE FESTIVAL


시부문 당선자 하연(김하연)

 

1. 수상 소감

 

 

당선 소식을 통보 받은 날, 폭염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땡볕이 내리쬐던 오후였다. 들 뜬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자 강풍으로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선풍기도 하나의 풍차였다. 강풍은 돈키호테의 풍차, 날개를 부딪치며 바람의 나라인 판타지 모험을 떠나고 있는 듯했다. 설레는 내 마음의 상태이고 굽힐 줄 모르는 이상주의자 돈키호테를 사랑하는 까닭이다. 지난밤에도 저 후텁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새벽녘까지 뭔가를 쓰다 잠이 들곤 하였다. 시詩라는 풍차는 나에게 매력적인 대상물이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그동안 어지간히도 시정詩情이 나를 애 닳게 했다. 선풍기 속 부유한 먼지가 먹구름처럼 끼기도, 죽도록 써도 시 한 줄 되지 않아 멈춘 모터가 흠씬 두들겨 맞기도, 기사도 정신을 내세워 발가락으로 타이머를 거칠게 돌리는 내 안의 거인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안에 악당이 많을수록 삶은 광기를 종용했다. 미적지근한 약풍과 미풍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미치도록 투고했다. 낙방을 거듭 거듭하면 너무 시에 미치지는 말자고, 돈키호테에 가까운‘나’보다는 차라리 그의 시종 산초 판자가 되자고 나를 위무했다

 

하지만 내 안의 풍차는 연신 돌아가고 있다. 시원한 냉기를 쏟아내는 에어컨과 견주어 보아도 손색이 없는, 돌연하고도 거침없는 바람의 시인이 되고 싶다. 아니 거친 광장에서 시를 읊고 춤을 추며 떠도는 집시가 되고 싶다.‘집시가 된 시인’내 외모와 상관없이 이 얼마나 고혹적인가. 강풍의 버튼을 누른다. 시를 부채질하는, 저 동력과 다름없는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자못 궁금하다.

 

당선 소감을 쓰는 오늘은 엄마의 생신 날, 아껴두었다가 오늘에서야 좋은 소식 전할 수 있어 기쁘다. 제 부족한 시에게 가능성의 문을 열어두신 심사위원님과, 계간 ASIA, 심훈 상록문화제 집행위원회 관계자 분들께 공손히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 작품개요

 

 

<<전봇대의 구인 광고>>

 

 

길을 가다 보면 전봇대를 흔히 만날 수 있다. 몇 갈래의 전깃줄은 어쩌면 길 잃은 우리의 이정표인지도 모른다. 흐드러진 쑥부쟁이 하나에도 넋 잃어본 적 없이 바쁘게 뛰어 온 어느 날, 당신이 멈춘 장소에 전봇대가 있다면 순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까. 모든 사물은 우리의 대변자가 될 수 있다. 당신이 처한 상황과 혹은 내일에 대한 불안감에 잦은 요의를 느끼는가. 이 시구詩句는 가파른 골목을 돌고 돌아 어느 선술집에 나온 불콰해진 취기를 빌려 마음껏 토해내고 싶을 당신을 위한 행간이다.

 

우리가 꿈꾸는 그림이 먼 지중해 연안의 부겐빌레아의 강렬한 꽃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가까운 돌담에 핀 돌담꽃 만큼만 되어도 얼마나 좋으랴. 그러한 심정을 헤아려보는 전봇대는 구인광고를 당신의 경력사항처럼 붙여놓고 있다. 저 빌딩 속 화려한 이력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오늘도 전봇대는 하청 받은 하얀 전단지를 걸쳐놓고, 달의 밥그릇을 물다 놓친 개들을 연민으로 바라보고 있을 당신을 기다린다. 그것만으로도 참 따뜻한 당신, 그것이 고마워 당신의 고민을 번쩍 들어 올려 전단지를 태극기처럼 펄럭여본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비에 젖은 당신을 변압기 지척이거나, 일당 높은 위험직종을 함부로 권할 수는 없다. 생명은 누구나 소중한 것이고 죽음은 결코 경험될 수 없는 거니까.

 

당신의 빈 집에 왕년의 한 소절을 모은 노래가 뒤따라가 간다. 담쟁이넝쿨처럼 얽히고설킨 복잡한 길을 지나 올려다보면 별들과 통신할 빈 집이 또 하나 보인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우리의 동료, 인력시장의 품팔이 노동자들의 옥탑 방이 아닐까. 별들의 세입자와 더불어 살고 있으니 다행이다. 내일이면 또 다시 스티커자국처럼 한 발 늦게 전봇대를 찾아와 발자국을 찍을 당신, 이제는 더 이상 전봇대를 찾아오지 않아도 될 당신이 보고 싶다. 하지만 힘들면 언제든지 찾아오라. 당신은 절대로 감원대상이 되지 않는, 물컹한 새똥이 굳기까지‘나’전봇대는 당신 옆에 오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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