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심훈상록문화제 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심훈어린이청소년(중등부)문학상
심훈 작가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1977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9월말에서 10월초에 3~4일 동안 당진시 일원에서 상록문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SIMHOON SANGNOK CULTURE FESTIVAL


황금 꽃병

 

노다겸

 

겨울이 다 끝나갈 무렵인데도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민들레가 혼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눈이 잠시 멈춘 사이 찾아온 남쪽 바람이 울고 있는 아기 민들레를 발견하고 다가가 물었다.

“아기 민들레야, 왜 울고 있는 거니?”

아기 민들레가 훌쩍거렸다.

“아무도 날 아름답다고 생각해 주지 않아요. 꿀벌들이 저를 뒤로 한 채 꽃밭의 예쁜 꽃들과만 어울려 놀아요. 저는 예쁘지 않아서 너무 외로워요.”

남쪽 바람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야. 너는 아름다워. 나는 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걸?”

아기 민들레가 고개를 여러 번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사람들은 예쁜 꽃들을 좋아해요. 저는 코스모스처럼 꽃잎이 예쁘지도 않고, 국화처럼 향기롭지도 않아요. 저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요? 뾰족뾰족한 잎에 짧게 난 조그만 꽃잎들까지,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자, 아기 민들레야. 울지 말고 내 이야기를 들어보렴. 이 이야기는 내가 저 멀리 꽃동산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있었던 일이란다.”

 

꽃의 나라의 꽃들은 모두들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 아름다운 꽃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꽃들만 모여 산다는 동산이 있었다. 꽃들은 그 언덕을 ‘아름다운 동산’이라고 불렀다. 그 동산에는 보랏빛 제비꽃 아가씨도 있었고, 수줍음을 타는 튤립도 있었다. 모두들 서로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정답게 지냈다. 하지만 꽃들은 은근히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동산의 중간에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황금 꽃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부터 꽃들은 이 아름다운 황금 꽃병에 어울릴 만큼 아름다운 꽃을 찾으면 그 꽃을 여왕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여왕님이 되고 싶었던 건 모든 꽃들이 다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모두 다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예뻐지려고 자신을 가꾸었다.

어느 날, 그 언덕에서 또 다른 새싹이 돋아났다. 동쪽 바람이 보내온 씨앗이었다. 새싹은 따뜻한 꽃의 마을의 햇살에 쑥쑥 자라났다. 그리고 마침내 꽃이 피었다. 아름다운 동산의 꽃가족들은 모두 놀랐다.

꽃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미였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동산에는 한 번도 장미가 핀 적이 없었다. 겹겹이 싸인 새빨간 꽃잎의 아름다움에 모두들 감탄했다.

“정말 아름다워!”

“저 장미 아가씨를 황금 꽃병에 모셔야 해.”

“당연하지, 저렇게 아름다운 꽃은 처음 보는 걸.”

방울꽃 아기부터 할미꽃까지 모두 찬성했다. 그렇게 장미 아가씨는 황금 꽃병에 여왕님으로 모셔졌다. 잠자고 있던 황금 꽃병도 일어나 장미 아가씨를 받아주었다.

“당신이 장미 아가씨군요. 환영합니다. 저는 황금 꽃병이랍니다. 여왕님으로 모실게요. 정말 아름다우세요!”

장미꽃은 살포시 웃었다.

“이번에 새로 모셔진 장미 여왕님 봤니? 정말 아름다우시더라!”

방울꽃이 제비꽃 아가씨에게 물었다.

“글쎄. 장미 여왕님의 새빨간 꽃잎도 좋지만, 내 보랏빛 꽃잎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 같아.”

제비꽃이 조곤조곤 말했다. 옆에 있던 코스모스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맞아. 꽃들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다르잖아?”

“그러니까. 호호!”

세 꽃은 황금 꽃병을 떠났다. 장미 여왕은 세 꽃의 대화를 듣고 화가 났다.

‘뭐라고? 자기들이 다 아름답다고? 나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고?’

황금 꽃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장미는 꽃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장미는 새벽이슬로 단장을 했다. 꽃잎은 앙증맞게 도르르 말고, 잎은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가꾸었다. 마침내 꽃들이 모두 모였다. 장미꽃이 황금 꽃병 꼭대기로 올라오자 모두들 숨을 죽이며 장미의 말을 기다렸다.

“여러분, 여기 올라와서 들어보니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꽃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그건 진정한 아름다움을 몰라서 하는 생각이에요. 모두 제가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황금 꽃병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꽃들이 웅성거렸다. 수선화가 용감하게 나섰다.

“여왕님, 그건 제 생각은 다릅니다. 꽃들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다른 걸요. 안 그래요? 저는 제 노란 꽃잎이 마음에 들거든요.”

해바라기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모두 다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저처럼 아름다워져서 황금 꽃병에 자리에 앉아 보시든지요.”

장미여왕이 자신 있게 말했다. 꽃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부터 꽃들은 장미 여왕님을 닮으려 노력했다. 장미 여왕님처럼 달맞이꽃은 새벽에 잠을 꾹꾹 참고 목욕을 했고, 수선화는 꽃잎을 말아 올리려고 꽃잎을 구겼다. 해바라기는 허리를 구부리고 다녔다.

“아, 내 꽃잎!”

“에구, 허리야…….”

“하암, 졸려. 그래도 장미 여왕님처럼 아름다워지려면 새벽에 목욕을 해야지. 아니면 못생겨지니까.”

장미를 따라 더 아름다운 꽃이 되려는 꽃들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꽃들은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빨간 꽃잎을 가지지 못했다. 오히려 누렇게 시들어가기만 했다. 꽃들은 점점 못생겨져갔다. 장미 여왕은 황금 꽃병에서 다른 꽃들을 내려다보았다.

꽃들은 다 시든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장미 여왕처럼 아름다워 질 수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라벤더만 장미 여왕을 따라하지 않았다. 달맞이꽃이 물었다.

“라벤더야! 너는 왜 장미 여왕님을 닮으려 하지 않니? 안 그러면 아주 못생겨 질 텐데.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장미 여왕님을 닮아 봐.”

라벤더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난 계속 내가 살던 데로 살 테야.”

“얘가 정말! 그러다가 정말 못생긴 꽃이 된다니까. 못생긴 꽃이 되어서 이 아름다운 언덕에서 쫓겨나면 어떻게 할 건데?”

라벤더가 고개를 들었다.

“난 예뻐. 나 나름대로 아름답다고. 장미 여왕님을 닮지 않으려 해도 난 충분히 아름답단 말이야. 너는 지금 너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니? 밤새 잠도 못 자서 잎이란 잎은 죄다 축축 처졌잖아. 옛날의 아름답던 그 샛노란 꽃잎 색깔들은 다 어디로 간 거니?”

꽃잎이 다 구겨진 패랭이꽃이 옆에서 거들었다.

“우린 조금만 더 있으면 아름다워질 거라니까. 잠깐 힘들 뿐이라고. 장미 여왕님은 아름다운 동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이야. 우린 그분을 믿어. 장미 여왕님만 따라하면 아름다워질 거야. 장미 여왕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래, 라벤더야. 나는 그동안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건 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어. 나는 아주 못생긴 꽃이었어.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장미 여왕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거란 말이야.”

날이 갈수록 점점 아파하는 꽃들이 늘어나고 시들시들한 동산이라는 이름까지 얻었지만 꽃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곳에서 얼마 떨어진 곳에 민들레 홀씨가 있었다. 민들레 홀씨는 아름다운 동산에 가서 꼭 아름다움의 비법을 배우고 싶었다.

“바람님, 바람님, 저를 아름다운 동산으로 데려다 주세요.”

“음, 이제는 아름답지 않은 곳인데. 마침 내가 동쪽 나라로 여행을 가니 태워다 주마.”

민들레 홀씨는 부푼 가슴을 끌어안고 바람에게 몸을 실었다. 바람은 시들시들한 동산의 한 구석에 민들레 홀씨를 내려주고 가버렸다.

“꽃님, 혹시 연노랑 꽃잎이 이 마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수선화 아가씨를 아시나요?”

시든 꽃이 고개를 겨우 들고 대답했다.

“으응? 연노랑 꽃잎은 잘 모르겠고, 내가 수선화 아가씨인데.”

민들레 홀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 그 못생긴 연노랑 꽃잎? 버린 지 오래다. 장미 여왕님처럼 빨갛지도 못한 꽃잎이 매력적이기는 무슨.”

민들레 홀씨는 깜짝 놀랐다.

“꽃님, 그럼 수줍음에 모든 꿀벌들이 반해버린다는 튤립 아가씨는요? 귀여운 딸랑딸랑 방울 소리에 꿀벌들이 모여들어 음악을 듣는다는 방울꽃 아가씨는요? 혹시 아세요?”

“글쎄다. 여기는 시든 꽃들 뿐 이어서 꿀벌들이 오지 않은 지 꽤 오래됐어. 내가 아는 튤립과 방울꽃은 저기 있는 죽은 꽃밖에 없다.”

“장미 여왕님. 못생긴 우리들을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길로 이끌어 주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셨던 장미 여왕님!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시들었지만, 언젠가는 장미 여왕님처럼 아름다워질 거야. 장미 여왕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아, 숨이 차서 더 이상은 말을 못 하겠구나. 고통스러워도 참아야 해. 그래야 나중에 더 아름다워 질 거야. 그러니까 더 노력해야해. 그래야 황금 꽃병에 앉을 수 있어…….”

수선화가 헐떡거리며 천천히 걸어갔다. 민들레 홀씨는 실망해서 주저앉아 버렸다. 아름다움의 비법을 알아내려 한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울다 지친 민들레 홀씨는 벌 한 마리가 주위를 빙빙 돌다 사라지는 것을 보고 급하게 따라갔다. 그곳에는 라벤더가 있었다. 시들고 죽어버린 꽃들 사이에서 보랏빛 라벤더가 피어 있었다.

“아름다운 꽃이시군요!”

“그래. 장미 여왕이 왔을 때도 나는 나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안 그랬다면 나도 이 바스라진 꽃들 중 하나가 되어 있었겠지. 난 장미 여왕의 말을 듣지 않고 원래의 내 모습을 사랑했을 뿐이야.”

“참, 장미 여왕은 어떻게 되었나요?”

“장미 여왕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몸에 가시를 만들었단다. 그래서 아무도 다가갈 수 없게 만들어버렸지. 심지어 우리 친구 꿀벌들 조차도 못 오게 했더랬지. 결국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여 외롭게 지내더니 어느 순간 시들시들해져서 그 아름답던 꽃잎과 초록잎을 떨어뜨리며 죽어버렸단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름다움의 비법이구나!”

다시 새 봄이 왔다. 많은 꽃들이 사라진 동산은 노란빛, 보라빛으로 가득 찼다. 새로운 봄바람에 새롭게 이사온 여러 가지 꽃들이 부지런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여지고 있었다.

 

“남쪽 바람님, 그럼 이제 그 곳은 다시 아름다운 동산으로 이름이 바뀌었겠네요?”

남쪽 바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랑의 동산으로 이름이 바뀌었어. 다시 아름다운 꽃들로 채워질 수 있었던 까닭도,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는 까닭도 자기 자신을 사랑해서니까.”

아기 민들레는 생각에 잠겼다.

“남쪽 바람님! 제가 아름다운가요?”

남쪽 바람은 살포시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기 민들레는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곧 다시 울상이 되었다.

“하지만, 꿀벌들은 저를 찾지 않아요. 같이 놀고 싶은데…….”

남쪽 바람이 아기 민들레의 줄기가 으스러지도록 아기 민들레를 껴안았다.

“나의 오랜 친구, 봄바람들이 오고 있단다. 꿀벌들보다 봄바람이 너를 더 좋아하는 걸. 그 친구들은 꿀벌보다 훨씬 더 멀리 너를 멋진 세상으로 데려다 줄거야.”

“아! 바람 친구와 여행할 수 있는 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아기 민들레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기뻐했다. 눈이 서서히 녹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6회 심훈 청소년·어린이문학상 공모 상록 2017.07.03 144
18 2017년 제 제6회 심훈청소년 문학상 수상자발표 상록 2017.08.25 1191
17 2016년 제 5회 심훈 청소년 어린이 문학상 공모 당선작 file 관리자 2016.12.13 137
16 2016년 제 5회 심훈 청소년 어린이 문학상 공모 당선작 심사평 관리자 2016.08.18 130
15 2016년 제 5회 심훈청소년 문학상 수상자발표 [1] 관리자 2016.08.18 205
14 2016년 제 5회 심훈어린이 문학상 수상자발표 관리자 2016.08.18 156
13 2015년 제4회 심훈청소년문학상 수상자 발표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113
12 2015년 제4회 심훈어린이문학상 수상자 발표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78
11 제3회 심훈어린이청소년문학상 심사평 lsh4869_djsangnok 2016.08.05 57
10 제3회 심훈청소년문학상 수상자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31
9 제3회 심훈어린이문학상 수상자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50
8 제3회 심훈 청소년 ? 어린이문학상 공모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32
7 [2012]청소년문학상 심사평 lsh4869_djsangnok 2016.08.05 44
6 [2012]청소년문학상 대상작품 lsh4869_djsangnok 2016.08.05 34
» [2012] 어린이문학상 대상작품 lsh4869_djsangnok 2016.08.05 79
4 [2012]심훈상록청소년문학상 수상자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52
3 [2012]심훈어린이문학상 수상자 file lsh4869_djsangnok 2016.08.05 96
2 [2012] 심훈청소년문학상 수상자 발표 lsh4869_djsangnok 2016.08.05 44
1 [2012]심훈어린이문학상 수상자 발표 lsh4869_djsangnok 2016.08.05 67
SCROLL TOP